“오은솔 씨는 이 자리에 어떤 제안이 있었는지 모르고 나왔나 봅니다.” 오은솔, 그녀는 운명의 장난처럼 마주칠 때마다 슈트 재킷에 제 얼굴을 새겨 놓더니 기어코 심장에까지 새겨진 걸까. 심장에 박혀 버린 그녀의 무구한 미소는 권리도 없는 제게 이상한 충동마저 일으켰다. 이 감정은 위험하고, 이를 즐긴 대가는 클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제 발로 어머니가 만든 새장 안으로 날아들었다. “맞선은 부모님 뜻이잖아요? 류강헌 씨나 저는 결혼 상대를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성인이고요.” 이것마저 그 운명이란 것의 장난이라서, 자신에게 이런 카드를 쥐여 준 것이라면. “미안하지만, 나는 이 맞선을 통해서 결혼을 꼭 해야 하는데요.” 기꺼이 활용해야겠지. 그녀를 곁에 옭아맬 카드로. “그리고 내 아내는 내 아이를 반드시 낳아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