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이란 선인이 꿈꾸는 것을 실행에 옮기는 자”라는 정신분석학 책이 있었다.
누구나 악한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는 책이다.
그런데 여기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일말의 가책도 없이 실행에 옮기는 자가 있다.
이 단편소설은 분량이 그리 많지 않지만 인간의 사악함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다.
피도 튀지 않고, 무기도 동원되지 않고, 사람도 죽이지 않지만……한마디로 무섭다.
나는 역자로서 몇 번이나 번역하다가 중단했다.
그래도 한번은 읽어 보기를 권한다. (아마 두 번 읽기는 싫을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주변을 둘러 보면 분명히 이런 악이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 단편은 꽤 유명해서 종이 책으로 두 번인가 이미 번역이 되었으나 그냥 스토리를 대강 추려 엮은 수준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어 새롭게 번역하였다. 여전히 오역, 빼먹기, 얼렁뚱땅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일본어 텍스트를 갖다 놓고 중역을 한 것이 거의 틀림없어 보인다. 영어 원문과 비교해 보면 유감스럽게도 그 일본어 번역본이 정확한 것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방문객 (Mysterious Visitor by R. Austin Freeman,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
소위 inverted detective story의 효시 격으로 불리우는 쏜다이크 씨리이즈의 단편 중 손꼽히는 작품이다. 말하자면 콜롬보 형사처럼 이미 범인을 점 찍어 놓고 하나하나 들춰가면서 범인을 점잖게 달달 볶아 결국 실토하게 만드는 기법은 그 이후에 나온 파생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아직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다.
출판사 서평:
두 영한대역 본의 영어 문체는 지극히 평이하다. 두 작가 모두 꽤나 유명한 사람인데 문장을 꾸미거나 다듬기를 싫어하지 않는가 하고 느낄 정도로 단순한 문장들이고 독자 역시 그다지 큰 고민 없이 읽을 수 있는 문장들이다. 물론 내용은 문장처럼 단순, 평이하지 만은 않다. ‘은가면’은 두고두고 마음이 썩 좋지 않은 충격적인 작품이고 ‘방문객’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여기 저기 깔려 있는 단서들 간의 연결성을 놓치기 쉽다.
작가 소개
Hugh Walpole(휴 월폴) <1884~1941>
영국 소설가, 영국성공회 신부의 아들로 태어남. 케임브리지대학 졸업,작가,평론가,소설가 뿐만아니라 문학 강사로도 활동,. 1920,30년대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그는 모두 36권의 소설과 단편,희곡,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The Wooden Horse, Mr.Perrin and Mr.Traill, Fortitude등이 성공을 거두었다.
Richard Austin Freeman(오스틴 프리먼) <1862~1943>
영국의 추리소설가, 원래 의사였으나 추리소설가로 데뷔. 탐정이자 법의학자인 쏜 다이크 박사를 주인공으로 한 추리소설 시리즈를 써서 과학적 탐정소설의 제 1인자가 되었다.
역자: 이제순
책속에서 뭔가를 찾아 온 사람, 번역은 (콤마) 하나도 빠뜨리지 않으면서도 물 처럼 흘러야 한다고 생각하며 노력하는 사람.
역서: 나선계단의 비밀, 회색 가면, 폴리아나, 붉은 바람 쿠피그널의 약탈, 금붕어, 타바드, 환상문학외 다수